일상
나는 비견(比肩)입니다
velca
벨바카
2024년 11월 13일 00시 24분

1.

나는 비건(Vegan) 아니고 비견(比肩)이다. 오늘 저녁에 아내가 갑자기 공부를 한다길래 무슨 공부를 하냐 물었더니 사주 공부를 한다더라. 나는 관상은 믿으면서도 사주는 안 믿는다. 사람 얼굴에 따라 어느정도 정해진 운명이 있다는 건 유전적 형질에 따른 기질로 인해 내 기준 나름 신뢰가 가지만, 고작 태어난 날짜 때문에 운명이 정해진다는 건 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내가 본 사주는 무슨 용한 사주를 봤는지 신기하게 내 성향과 상당히 일치했다.

아내가 본 사주로 나는 비견(比肩)과 겁재(劫財)의 성향이 두드러진 사람이었다. 그 중 비견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비견이 두드러진 사람은 독립적이고 배우길 좋아하고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는 심리가 강하며 고집이 세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특징들이 있었는데 아내도 나도 둘 다 보면서 이거 완전 나랑 같다며 이야기를 나눴다.

심지어 아내도 사주에서 분석한 성향이 상당히 들어맞아서 앞으로 사주도 조금은 믿게 될 듯 🤭

2.

나는 개발자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개발자 이상의 역량을 요구한다.

새롭고 창조적인 기능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구현하라는 것 까지는 좋다. 그래서 늘 새 기능을 고민하고,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까지 한다. 하지만 회사는 만들어 놓은 기능을 활성화 하기 위해 다른 직원들에게 내가 직접 요청을 하라고 한다.

뭐, 만들어 놓은 기능을 안 쓰고 있으면 쓰라고 요청하거나,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하거나.

하려면 할 수야 있는 일이지만 나는 이런 일들은 개발이 아니라 운영의 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자꾸만 거부감이 들고, 다 같이 필요성을 느껴서 만든 기능인데 쓰지 않거나 고객에게 알리지 않는 건 내가 그들에게 요청을 할 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그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나는 입사 초부터 그런 일은 내가 못하겠으니까 사람을 한 명 붙여 달라 했었고, 실제로 초기에는 한 명 붙어 있었지만 그 사람이 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했다. 나는 혼자서 열정을 쏟아붓고 일 하는 건 잘할 수 있지만 누군가와 협력하고 지시하고 요청해야 하는 일은 영 젬병이다. 이에 관해 회사에 그렇게 오래도록 이야기를 해왔는데 회사는 아직도 그런 요청을 하고 있으니 참 답답할 따름이다.

회사도 회사 나름대로 답답하긴 하겠지만 .. 내가 이런 놈인데 어쩌겠어.

3.

오늘 아침 내가 즐겨보는 애객 서버가 다운 됐는지 접속이 안 됐었다. 몇 번 그런 적이 있어서 금방 복구 되겠지 싶었는데 제법 오랜 시간 접속이 안 됐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집에서 맥미니를 개인 서버로 두고 내부에 내가 만든 모든 앱들을 다 때려놓고 쓰는 입장이다보니 애객 접속 불가 상황이 남 일 같지 않았다. 집에 내가 원하는 사양의 서버를 한 대 두고 쓰는게 꿈인데 이런 걸 보면 역시 고가용성이 보장되는 AWS 같은 서버를 써야하나 싶기도 하고 ..

일단 아직은 내 서비스들의 트래픽은 없다시피한 상태니 이에 대해선 천천히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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