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MBTI의 I가 무려 90퍼센트가 넘는 극 I형 인간입니다. 사람 만나는 거 귀찮아하고 심지어 연락하는 것 조차 귀찮아하는데 용케도 사회 생활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극 I형 인간이다 보니 종종 인간 관계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회사에서요.
제가 프로젝트 리더를 맡아서 다른 사람들의 협업을 이끌어내야 한다거나, 모두의 앞에서 실적이나 목표를 발표해야 한다하면, 음. 상상만 해도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팍팍 쌓이는 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먹고 살려면 해야지 어쩌겠어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다보면 때로는 누군가에게 나의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마냥 위로 받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딱인 앱이 바로 Soothe입니다.
Soothe는 짧게 설명하자면 '익명 위로받기 앱'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글로 남기면 익명의 사람들이 글에 친절함을 담은 위로의 말을 건내줄거예요.
Soothe 앱 설치 후 시작하기를 누르면 위와 같은 규칙을 안내 해줍니다. 위 규칙에 모두 동의해야 다음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규칙의 내용은 간단히 요약하면 '분탕질 할 생각 하지마라'가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익명 앱이다보니 익명성 뒤에 숨어서 나쁜 짓을 할 사람들이 있을까봐 사전에 방지를 하고자 하는 거죠.
앱에 들어가면 이런 카드 형태로 된 여러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우측 하단에 있는게 닉네임 대신으로 사용되는 아이콘들이에요. 아이콘도 내가 선택하는게 아니라 랜덤 배정이라 완전 익명이 보장되는 느낌 아닌가요?
어쨌든 이제 우리는 앱에서 다른 사람을 위로해주거나 위로를 받기 위한 글을 쓸 수 있어요.
아니면 무작위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주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Soothe는 앞서 우리가 동의했던 항목들에 어긋나는 것만 아니면 굳이 내용을 제한하진 않거든요. 그래서 위 처럼 모든 사람들의 금요일이 행복하길 빌어주는 글도 써줄 수 있어요. 별 거 아니지만 괜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지 않나요?
위와 같이 답변을 써보기도 했는데 상호 소통이 가능한 앱은 아니기 때문에 상대방이 제 답변을 잘 받았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몇 개의 글을 올려봤지만 제 글에 답을 달아준 사람이 없는 건지 아무런 알림을 못 받아봤습니다.
아무래도 Soothe의 글들은 랜덤 노출이기 때문에 내가 쓴 글이 묻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 번의 10개의 글 목록이 로드되고 다음 버튼을 누를 때마다 하나씩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개의 글을 다 보고나면 리프레시 버튼이나 Get new messages 버튼을 이용해 새로운 글을 볼 수 있어요. 처음에 리프레시 버튼은 지나간 10개의 글을 다시 보는 역할인 줄 알았는데 두 버튼 다 새 글 목록을 불러오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다보니 한 번 지나간 글을 다시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쓴 글들도 주목을 받지 못해 이렇게 사라진 건 아닐까요?
내가 쓴 글이 100퍼센트 노출되고 위로 받을 수 있진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Soothe는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좋은 안식처라고 생각됩니다. 바야흐로 대혐오의 시대에 온갖 익명 커뮤니티에는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는 글들이 넘쳐나는데 Soothe는 정확히 그 반대의 역할을 하니까요.
다만, 개발자로써 한 가지 궁금한 부분은 Soothe가 어떻게 이 앱으로 수익화를 할까 하는 점입니다. 좋은 앱이지만 수익이 없으면 유지될 수 없잖아요? 옵션을 둘러보니 후원의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는데 과연 Soothe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오늘 하루 지치고 힘들었다면 Soothe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