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런 말을 보았다.
돈을 받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프로'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철저한 체크를 통해 일을 하며 단 한 번도 실수를 한 적이 없다고 자부하기도 한다. 물론 실수하지 않는 것은 중요하고 실수없이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정말 실수는 절대 해선 안되는 걸까?
일을 하다보면 때로는 퀄리티보다 속도가 중요할 때가 있다. 이 때 실수를 방지하고자 여러 차례 체크를 한다면 필연적으로 시간이 지체될 수 밖에 없다.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비용이다.
실제 예시를 하나 들자면 예전에 나는 탑코더에서 챌린지를 진행해서 돈을 번 적이 있다. 탑코더 챌린지는 개발 과제를 내주고 일정 기간 내에 제출한 제출자들의 코드를 평가해 순위에 따라 돈을 지불한다. 이 때, 동점이 발생한다면 먼저 제출한 사람에게 더 높은 순위를 준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빨리 제출하는 것에 목적을 뒀다. 실수를 안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든 실수를 다 잡아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나는 대부분의 경우 제일 먼저 결과물을 제출했다.
간혹 챌린지 기간이 짧아서 연장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아무도 제출하지 않았다면 연장 요청이 받아들여지지만 누군가 제출했거나 기간 내에 제출할 수 있다고 하면 연장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때 나는 항상 연장 요청을 막아서는 입장에 있었고 덕분에 탑코더로 상당히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후 내가 만든 실수에 대해서는 우승자를 위한 추가 챌린지를 통해 복구해 나갔다.
물론, 때론 실수를 수습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실수에 대한 비용이 크지 않은 경우가 있고, 실수를 방지하는데 비용이 드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굉장히 엄격하고 실수를 죄악으로 여기는 말처럼 들린다. 실수는 어떤 이유로든 발생할 수 있다. 인수인계가 잘못 되어 업무 내용을 제대로 숙지 못해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고, 컨디션 난조로 인해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고, 단순 개인의 불찰로 인해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돈을 받는 순간부터 프로라고 했는데, 그럼 실수를 한 사람은 모두 돈 값을 못하는 아마추어니까 잘라야만 하는 걸까?
누군가는 잘라야 한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게 당연한 세상이 되면 삶이 얼마나 팍팍해지고, 돈 받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좀 더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모두가 완벽할 수 없음을 이해해야 한다.
실수를 해선 안 된다는 말이 진짜로 실수를 죄악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경각심을 방지하기 위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말은 생각을 반영하고, 반대로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실수는 안된다' 같은 강한 말 은 지양하고자 하는 것이다. 관대함의 부재는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이는 실수와 연관되지 않은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NS가 발달하며 다른 사람이 사는 모습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거기서 우리는 잘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보고 그 사람처럼 살지 못하면 마치 못 사는 것 처럼 치부하곤 한다. 비교에서 오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타인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너그러워지지 못해 생기는 일이다.
나무 타기의 프로인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만화나 영화 속의 악당 두목들도 실수로 일을 그르친 부하에게 기회를 더 주기도 한다. 실수를 안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수를 수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으므로 관대한 마음을 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