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내가 원하는 것 vs 사람들이 원하는 것
velca
벨바카
2024년 10월 2일 11시 09분

최근에 앱을 하나 개발했다. 아주 간단한 투두 리스트 앱이었다.

개발이 완료되고 앱을 사용해보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나는 이 앱의 평생 고객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이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다른 생각이 불쑥 머릿속에서 튀어나왔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을까?


성공한 사업가들은 고객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내라고 한다.

즉,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라는 것이다.

나도 이 생각에 동의했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하지만 방구석 1인 개발자인 나에게 고객 분석은 물론, 타겟 고객을 향한 마케팅까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열심히 개발한 앱은 결국 고객을 확보하지 못했고 앱에 대한 애정은 결국 빠르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반면 이번에 만든 투두 리스트 앱은 오로지 내가 필요해서 만들었다.

앱의 디자인과 사용성 모두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완성 후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나만을 생각하고 나만을 위해 만든 앱이니 당연히 나는 이 앱의 충성 고객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절대적인 고객 한 명이 있기 때문에 이 앱이 사라지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든다는 것. 그것은 아마 성공에 더 쉽게 이를 수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만든 앱의 고객이 바글바글했다면 나도 앱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고객 분석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 되었다.

내가 가진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 시간이라는 자원은 한정적이다.

게다가 열심히 고객 분석하고 개발한 앱이 실패하면 그 동안 쏟아부은 시간은 헛된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지구상에 80억이나 되는 인구가 있는데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 몇 명 쯤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를 분석함으로 인해 완벽한 고객 분석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만든 앱이 실패해도 좋다.

적어도 나는 그 앱을 사용하고 있을테니 개발에 들어간 시간이 아깝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니 고객을 분석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려 하기 보단,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고 나와 유사한 성향의 사람들을 획득하기 위한 마케팅에 좀 더 힘을 써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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